함석헌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서 산 함석헌 선생님의 삶

글 - 저서, 시, 글

씨알은 울어야 한다

씨알은 울어야 한다

정치란 게 뭐냐?

"씨알은 짐승이다" 하는 소리니라.

다스린다는 말부터가 건방지다. 누가 누구를 다스리느냐?

종교란 게 뭐냐?

정치 아닌 종교 없느니라. 마찬가지다. 다만 여기서는 암호를 쓸 뿐이다.

요새 종교는 점점 정치화하고 정치는 점점 우상화하지 않더냐?

놈들이 서로 손을 잡고 씨알을 짜먹을 뿐이더라.

이 세상이거나 저 세상이거나 이름에 관계없이, 잘 살기를 목적하는 정치와 종교, 우리 씨알과는 상관이 없더라.

씨알은 울어야 한다!

우리 목이 메고 눈물이 마르고 손발이 맞은 지 무릇 몇 천 년이냐?

길게, 처량하게, 애절하게, 엄숙하게, 거룩하게 울어야 한다.

울면 목이 열릴 것이요, 몸이 떨리면 저절로 춤이 나올 것이다. ...

저 신문장이들을 몰아내라. 잡지장이, 연극장이, 라디오 텔레비장이들을 몰아내라.

그놈들 우리 울음 울어달라고 내세웠더니 도리어 우리 입 틀어막고 우리 눈에 독약 넣고 우리 팔 다리에 마취약 놔버렸다.

그놈들 소리 한댔자 사냥꾼의 개처럼 짖고, 행동한댔자 개의 꼬리치듯이 할 뿐이다.

쫓아내라, 돌로 부수란 말 아니다. 해가 올라오면 도깨비는 도망가는 법이다.

우리가 우리 울음을 울어야 한다.
우리가 울면 우리 소리에 깰 것이다.
힘도 우리 것이요 지혜도 우리 것이다.

그것은 참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전집 14, 341-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