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서 산 함석헌 선생님의 삶

글 - 저서, 시, 글

절벽에 장미 피었네

절벽에 장미 피었네

절벽에 장미 피었네
내 눈 바랄 때마다 눈물 어리웠네

올라가자 댛드는 발꿈치 저리고,
더우 잡으려 애쓰는 손 떨리고,
자추른 고개 꺾어지는 듯,
헐떡이는 혓바닥 말라 터지는 듯

절벽의 장미 웃었네
눈 감고 그 밑에 누울 때 내 숨 가볍게 뛰놀고,
흘러내리는 향내 코에 가득 차 시원했네

절벽에서 장미 떨어졌네
그 가시 내 가슴 찌르고
그 꽃에 내 입 타버렸네

핏대 부풀어오르고,
심장 터질 듯 가쁘고,
떠오르는 열에 내 머리 핑 돌아
저 깊은 바다 속 빠져들었네

미친바람 불었네
떨어진 꽃송이 굴러갔네
내 가슴엔 피 나는 상처를 두고
내 입술엔 갈라지는 껍질을 남기고

세상에 높은 절벽 없었네
떨어지지 않는 꽃 없었네
사라지지 않는 향 없었네
내 가슴 무너지는 절멸에 눌렸네

내 이를 갈었다
굴러간 꽃을 따라가 짓밟고 침 뱉었다
돌아서다 다시 발길 돌리어
나를 잊고서 그 꽃을 바라고 눈물지었다

이 땅을 박차자, 더러워졌다
일어서는 내 맘을 절벽으로 일으키자
흐르는 이 상처의 피로 꽃을 그려내자
떨어질 줄, 굴러갈 줄 모르는, 영원의 장미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