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우리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당신이 우리를 통해서 드러내실 것이 있어서 이 세상에 내신 줄 압니다. 우리게 무슨 재주가 있어서 나온 것도 아니요, 우리 힘으로 나온 것도 아니요, 우리게 아는 것이 있어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모르는 것들입니다.
다만 믿음으로 인해서 우리가 당신께로부터 나온 것과 마지막에 당신에게로 돌아갈 것임을 알 뿐입니다.
일찍이 예수를 세상에 보내사 그를 통해서 우리에게 증거해주셨고, 이제 우리도 거기 생명의 진리가 있는 것을 믿습니다. 그가 세상에 계실 때에 제자들에게 진리를 가르쳐주셨고, 세상을 떠나려 하실 때에 가르쳐주신 길을 지키기는 하면서도, 아직도 완전한 것을 알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장차 성령을 보내어 모든 것을 깨닫게 하여주실 것과,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것을 지금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우리끼리 조그맣게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 것도 마땅히 그런 정신에서 만나고 헤어져야 옳은 일인 줄 압니다.
아버지여, 우리나라는 아주 어려운 일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 직접 간접으로 그 일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로부터 까닭이 있어서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있는 줄 압니다. 여기 나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여기 난 이상은 거기 대한 책임을 우리가 져야 될 줄 압니다. 어떻게든지 우리 조상들이 전해준 좋은 전통을 우리가 살려야 하고, 그들이 무슨 결함으로 인해서 잘못됐었는지 우리가 생각해서 바로잡아 당신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 있어야 할 줄 압니다. 우리 이 모르는 속에 그런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가 단순치 않아서, 원하는 마음은 있으나 그대로 하지 못하고 마음에 걱정하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그것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우리 맘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대로, 우리 속에 성령을 통해 이 중대한 책임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인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이 해쥐서 편안하게 살길 원하는 인생관이 우리에게 있을 수 없고, 필요하다면 내 한 몸을 내놓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고, 전체를 위해서 봉사하는 삶을 살자 하는 거룩한 정신이 있어 언제나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실 때에 제자들에게 부탁하셨고, 완전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정신이 있어서 오늘날까지라도 기독교라는 종교가 있는 줄 압니다. 우리도 그것을 받았습니다.
이 땅 위 어느 종교에나 작정하고 우리 한 몸을 약속했으면, 거기 대해 충성을 다해야 할 줄 압니다. 다른 어떤 세력에도 굴복할 수는 없고, 오직 우리가 충성을 다할 데는 거기뿐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하여 충성을 다할 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나타내셨던 그 진리뿐입니다.
어느 때도 잊지 말고 어떤 어려움이 올 때에도 우리 맘이 깨어서 믿음의 정신을 가다듬어 그 선한 싸움을 싸울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모르겠습니다. 잠깐 있으면 갈 것이지만, 또한 얼마 동안 떠나 있게 되겠는지 얼마 동안 같이 지내게 되겠는지 그거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러나 떠나고 안 떠남으로 인해서 이러고저러고 변동이 있을 수는 없는 줄 압니다.
우리의 누구의 속에도 다 계시는 하나님, 어느 때나 우리를 지켜주시고, 우리 속에 심기어진 씨를 더 키워서 아버지 보시기에 합당한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의 이성과 감정과 의지를 다 밝혀주시사 밝은 영혼이 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원하신 주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친우회보 1977. 가을호
저작집30; 15-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