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서 산 함석헌 선생님의 삶

글 - 저서, 시, 글

우물 파기

우물 파기
이번 강연회엔 아마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 많이 올 거라 그렇게 예상은 했어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올 줄은 참 몰랐습니다. 그 강당이 꽉 들어찼고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는 걸 보니까 사람이 많이 왔는데, 근래에는 처음으로 되는 그런 모임이라, 사람이 그렇게 몇이서 공개강연을 하는 모임이 처음인 만큼 아마 그런 건가 본데, 그런 걸 보고 이제 구약에 있는 말대로 구약의 말씀이 “이 담에 가면 이제 큰 기근이 올 거다, 비가 안 와서 물이 없어서 기근이 아니라 말씀의 기근이 올 거다,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못 얻어들어서 그러한 기근이 올 거다” 이제 그런 말이 있어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내가 오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 것은 “저 사람들이 다 목이 타는 사람들 아니냐” 그런 걸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근래에 우리는 그런 모임을 상상하지조차 못했습니다.
그래 사람들한테 전화도 많이 받았어요. 아마 요 2,3일 동안은 거의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리만큼 자꾸 전화가 오는데 장소가 어디냐, 시간이 언제냐, 정말 하게 됩니까. 어떤 사람은 “정말 그런 모임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으리만큼 그렇게 우리 사회상황이 되어 있어요. 자유롭게 무슨 그런 말 공공연히 그런 말은 전혀 할 수가 없는 것처럼 생각을 했다가 그런 모임이라도 되니까, 그래서 뜻밖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그랬는데, 지금 걱정되는 건 이제 정말 그거 아닙니까?
무어냐 하면 사람들이 어디서 ‘말씀’을 얻어들을 수 없어요.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야 살아간다.” 그랬는데, 그 하나님의 말씀이 무어냐? 올바른 말 그게 하나님의 말씀인데,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올바른 말을 할 때에는 그것이 곧 하나님의 입인데 사람이라는 건 제 생각을 하고 자기 욕심에 빠지고 제가 살기 위해서 겁을 집어먹고 그러는 게 보통 사람인데, 그 속에 어느 시간에 하나님께 접해서 음성 아닌 음성을 들으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시간이 와요.
그런 말이란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유를 주는 말, 어려움 속에 있어서도 용기를 나게 하는 위로가 되는 말, 장래를 보고 희망을 가지는 말, 이게 그런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축 늘어져서 사람들이 다 용기를 잃고 그런 줄로 우리가 피차 알고 있었는데, 그런 모임을 한다 그러니까 그 별로 신통치도 않은 조그마한 모임이지만 그래도 거기 사람들이 그렇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래 내가 신문 그 동안에 다 죽었어도 걱정이 없다는 걸 느꼈다고 첫마디로 증거했습니다만, 신문이 보도 하나 안해요. 들여다봐도 우리 속에 희망을 넣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말 아무것도 없어요. 모두 거짓말이 많지 진실이라곤 하나도 없어요.
그러기 때문에 피차에 우리가 다 여기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감동을 느끼는 그런 거 없다 그랬는데, 그래도 속에는 그 사람들이 다 그 말씀의 기근 속에 있어서도 그래도 죽지 않고 있었던 걸 알 수가 있어요. 더구나 그중에는 근래까지 싸워오고, 그러다가 감옥에 가서 아직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많은데 그 가족들이 왔어요. 그걸 보니까 나도 그 동안 별로 못 만났는데, 다 모두 그래도 씩씩한 걸 보니까 참 많이 위로가 되어요. 그런데 배신당했다고 웃으면서 말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낙심들을 아니 하는 걸 보니 참 고맙지요.
그 다음에 또 하나 같이 앉아서 저녁 먹다가 들은 놀라운 소식은 어느 목사님한테서 들은 이야긴데. 그분이 그래요. “지금 기독교 죽었습니다.” 아주 놀라운 소식이에요. 왜 죽었다고 하는 설명을 하는고 하니 “이제는 교회간에 신자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 고약한 말이에요. 자기네 교회에 별로 부자는 없고 돈 좀 많은 사람이 한 사람이 있대요. 한 사람 이제 빼앗기게 될 지경이라는 거요. 그걸 어떻게든지 어느 다른 교회에서 빼앗아가려고 그런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 “교회 죽었다”는 말 나는 것도 당연한 말인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그 말입니다.
말은 참 기근인데 옳은 말을 어디서 얻어들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런 때일수록, 가뭄이 심할수록 가뭄에도 살아나는 건 우물을 깊이 파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비는 올 때는 올 겁니다. 어느 때에 가서 비는 올 때는 올 겁니다. 비가 전혀 안 오고 마는 법은 없을 거예요. 모든 물의 근원은 비에서 오는 거지만 지금은 당장 내리지 않아도, 않았으면 않았을수록 땅을 깊이 파는 겁니다. 깊이 파야 샘이 나는 겁니다.
약간의 가뭄에 말라버리는 물은 그건 근원이 그리 시원치 않은 거고, 어떤 기근이 와도 그래도 솟는 물은 지하순데 그전에 하늘에서 내려왔던 물이 땅속 깊이 들어가서 지하수로 있는 것입니다. 이런 때야 말로 그러기 때문에 지하수를 파야 한다, 마음의 지하수, 우리 가슴 속을 파야 한다. 자꾸 파는 건 다른 게 아니지요. 나란 뭐냐? 나라는 사람은 뭐냐? 산다는 건 뭐냐? 나라라는 건 뭐냐? 종교라는 건 뭐냐? 자꾸 캐보세요.
캐노라면, 이제 거기서 뜻도 안했던 말이 터져 나와요. 그것은 어느 책을 보다가 책 속에서 구절로 나타나게 될는지도 모르고 어느 친구의 말 속에서 얻을는지도 모르고, 생각하다가 어딘지 모르게 그전에 내 맘 속에 다 잊어버렸던 것인데 다시 오는 것일는지도 모르고 또 전혀 듣지도 않았던 게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가는 말이 될는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파지 않고는 이 기근에서 살아날 수 없는 겁니다. 이것은 뭐 우리만이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인데 종당은 깊은 물을 팠던 사람만이 살아남고 이 세계는 이대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3차 대전이 나겠는지 안 나겠는지는 모르지만은 지금의 가는 추세로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면 애매한 사람이 많이 죽을 거예요. 싸움을 하는 그 자신들은 물론이지만 대개 사실은 문명이 이렇게 되면 죽는 사람은 애매한 사람이오. 요새도 비아프라에서는 뭐요, 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뭐 당장 죽게 됐다고 그러지 않아요?
그림에 보면 우유에 뭘 타서 먹이는 그거 한 그릇 얻어먹기 위해서 줄을 서서, 그 주위에는 짐승 잡아먹고 내버린 뼈다귀가 즐비하게 널려 있고, 사람인데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참혹한 것이에요. 그런데 비하면 우리는 또 나은 형편이지요.
그런데 그런 게 다 어느 편에서 이 세상에서 권세를 쥐고 자기네만아 살아가려고 하는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어가는 건데 그런 게 이 앞으론 아마 더 심해갈 겁니다. 그러니 그런 세상을 나만이 아니라 이 인류를 건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차피 어디서 누가 해주지 않아도 내 생명도 이을 수가 있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줄 수 있는 샘을 파야 하겠는데, 그거는 물론 우리는 예수 이름 밑에 우리가 믿는 사람이지만 역시 성경을 놓고 비추어가면서 우물을 깊이 파는 길 밖에 아마 다른 길이 없을 겁니다.
1981.4.5 퀘이커서울모임 감화말씀(정리 조형균)
친우회보 1981. 봄호
저작집30; 15- 47
전집20; 19-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