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오늘은 비가 옵니다가랑비가 옵니다비 중에도 슬픈가랑비가 아침부터 나립니다간밤에 불던 바람 요란하더니어디로 가고소리도 없이오는 줄도 모르개가랑비만이 나려옵니다가슴속에 스며드는눈물 같은 비가 옵니다미칠 듯 불던 바람 자고열 속에 볶이다 간신히 잠드는앓는 젖먹이의 숨소리같이세계가 가벼운 진정 속에가만히 해방됩니다악전고투 고함치고 날뛰던 젊은 가지들한숨 내쉬고 잠잠히 서고 세상을 걱정해밤새도록 슬픈 기도 부르짖던늙은 나무 위로받은 듯푸른 입술 부루루 떨며흐트러진 수염 끝에 눈물 흘릴 때어지러운 세상에도 풍정은 그대로라고한들한들절조 없이 머릿세를 하며나부끼던 가는 버들조차인젠 제 맘을 들여다보는 듯고요히 머리를 숙이고 섭니다뒤숭숭 들떴던 세상조용히 해 지고자리 못 잡고 떠돌던 구름스르르 풀어져보드라운 슬픔의 눈물 되어소리 없이 스며드는 바람에평생을 찡그린 바위도부드런 얼굴을 하고그 틈 사이에 끼어새며느리처럼쪼그리고 쫄아들고쓰라린 한 살림에말라붙었던 잔디 풀들파릇파릇 산 얼굴을 들고 납니다공중에 자욱턴 티끌가볍게 자고먼 산의 엄숙한 얼굴,커다란 착한 가슴뿌-얀 안개 속에더욱 분명히 친근히 뵈고울밑에 눈물 머금고고개 숙인 꽃들눈부신 광선에 웃을 때보다도리어 놓을 수 없어 애처롭습니다앞 내의 흐름엔결도 안 일고젠 듯이 배롱 내밀던 배 돛들한풀이 죽어겸손하게 허리 굽고모래밭엔물새소리도 없습니다나란히 서는 초가집의합수룩한 영 기슭에서는촌 예배당 저녁 기도회에모여 앉는 늙은 할머니들의수그린 눈썹에서 떨어지는참회와 감사의 눈물 같은싯멀건 눈물이커더란 방울을 지어뚝뚝떨어집니다오늘은 비가 옵니다가랑비가 옵니다내 가슴속에도 슬픈 가랑비가 실실히 나립니다모든 벅적거림이 다 식고뜬생각 가라앉고도금한 듯 번쩍이던 그림자가 사라지고맺혔던 한의 얼음이 녹고세상길 거친 바닥에 굴러굳어진 맘의 바위틈에죽었던 이끼가 파랗게 살아 납니다아버지 생각어머니 생각숫대말 타다가 넘어져울던 생각이살처럼 풀려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