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서 산 함석헌 선생님의 삶

글 - 저서, 시, 글

흩어지자

흩어지자

흩어지자!
이 세상은 말하기를 뭉치라 하거니와
나는 너희게 이르노니 흩어지라.
"뭉치라 뭉치면 힘이라"지만
나는 이르는 말
흩어지라 흩어져 사랑하라!

뭉쳐서 무얼 했니?
그물 뜨고 칼 갈았지.
뭉쳐선 뭘하니?
사람 잡아 나눠 먹지.
흩어져라!
흩어져 제각기 자유롭게 자라라!

흩어져 무엇 하니?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사탄을 내몰지.
흩어져 뭘 하니?
온 누리가 한 집이 돼야지.
흩어져라!
흩어져 하나로 돌아가자!

뭉크려 뭉친 몸들
돌처럼 따로 돌지만
풀어져 흩어진 사랑의 맘은
얼음에서 놓여나는 수증기처럼
그 수증기 허공 안에 하난 것처럼
무한대의 우주 안에 그뜩하더라.

세상 사람 무덤 모듯 뭉치었다가
물결에 부닥치어 흩어져 나가고,
우리는 별 벌리듯 벌려 떠 있어
한 하늘에 영원히 모여 다닌다.
흩어져라!
하늘가로 흩어져 나가거라!

모여서 마신 단술
깨면 입 쓰고,
흩어질 때 짜던 눈물
한 꿰미에 달린 구슬이 되니,
따 끝에 흩어진 이스라엘은
이 인류를 하나로 모으잔 디딤돌인다.

나라 나라 뭉치어서
열 스물에 찢어지는 이 지구,
교회 교회 뭉치어서
일여덟 번 넘어지는 하늘날,
우리는 흩어지자!
흩어져 하나로 살리어내자!

서울서 흩어져
시골로 돌아가자!
교회당에서 흩어져
빈 들로 나가자!
사지 백체가 산산이 흩어져
하늘로 날아 올라가자!

먹을 데서 흩어져
제각기 일터로 가자!
일터에서 흩어져
제각기 찬송 토로 나가자!
쌈집을 들쳐 흩어서
한 사랑에 새 살림을 차리자!

거리에서 흩어지면
은하가에 만나지.
성당에서 흩어지면
시온 산에 만나지
학교에서 흩어지면
말씀 앞에 만나지.

흩어지자!
이 세상은 말하기를 "뭉치어라."
나는 너희에게 이르기를 "흩어지라."
"뭉치라 뭉치면 길다" 하지만
나는 하는 말 "흩어지라!"
흩어져 없어져 영원한 참에 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