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 창밖에 비뿌린다차디찬 동짓달 비오다말다 멎다가 또 오며밤새나 낙엽과 숙덕거리는그 소리 내 흉질하는 것 같아나는 한잠을 못이루었노라내 가슴 속에도 찬비 내린다낙엽에도 맘을 다 파는차디찬 동짓달 비같은찬 눈물 내 눈에 넘치는 밤울다 잠이들다 잠이들다 또 깨며나는 홀로 이리 앉아 울었노라창을 두드리는 소리 들렸다오실 리 없는 줄 번히 알며행여 긴가 스스로 속이는 맘에스스로 속으며 내다봤을 때저 짖꿎은 낙엽 재미있다는 듯머리 흔들며 히히 웃고우는 나를 버려놓고 저 멀리로흔뜰흔뜰 꼬리치며 가버리더라가슴을 줴뜯었노라줴뜯어도 소용이 없더라기대리면서도 정작에 오면내놀 것 없어 당황하는간난한 농부와도 같이나는 님 생각을 하고내 속이 텅빔을 느껴다 찢어진 창구멍 같은내 가슴을 안고 엎더져다시 채워주심만 바라차디찬 비 내리는 동짓달 긴 밤어둠 속에 뉘우쳐 빌고 또 빌었노라님이여 오소셔와서 채워주소셔이 찬비에 떠는 몸 가려주시고저 비웃음의 원수 갚아주소셔한 번만 보아주소셔보고 웃어주소셔님 한 번 웃으시면 단 번에다 갚아질 줄 믿습니다님은 아니 오시고비는 그냥 그칠 길 없고가슴 구멍에 설 설찬바람들어 속떨리고주룩주룩 낙숫물소리내목의 핏대 따논 듯 저런데밤은 발서 다 새고 뿌옇게감사절 날이 왔다더라 오늘은 감사절찬비만 내리네해도 아니 나고님도 아니 오시고떠는 맘 떠는 손이 어디를 향해감사를 드려야 하느냐? 아니, 아니지생각하면 아니지해도 하나 님도 하나한 삶 속에 사는 삶흐렸거나 개였거나낙엽이나 산 꽃이나어느 거면 그의 선물 아님 있을까?다 기지찬비마저 찬 눈물에찬맘대로 감사하리라 차디찬 비 창밖에 뿌려찬 눈물 눈에 찬 새벽회리바람 어디선지 문듯 불어 횡안밖 문을 다 열어제치고쇠북을 울린 듯 쨍귀에 들린 소리있어 하는 말「내가 다 풀었느니라네가 다 풀어버려라」 찬비 내릴대로 내려라바람 흔들대로 흔들어라짖꿎은 낙엽 웃을대로 웃어라속없으며 있는 척 고운 낯 해속여놓고 도리어 비웃고 가는울긋불긋 떠서도는 너 낙엽아너야말로 말 좋건만몇 발걸음을 못나가갈바람에 버림받고 떨어져흙속에 썩을 네 운명이기로불쌍히 여긴 마음에 너를 안으려던이 내마음 이었건만 찬 눈물에 젖은시름 시앗의 이불을 차던지고진 것 지운 것을다풀어 내던지고일어나니 까닭 모를 기쁨하늘에 닿는 듯지 않으냐?밤새도록 간을 쑤시던쑥덕거림 다 달아났구나텅 빈 가슴 깊이 쪼개진 상처 밑에나는 님의 뵈지 않는 약속의 씨를 묻고오는 해를 찬 눈물로 부어기대리며미리 감사해 살으리로다 ☆ 『감사절』은 함석헌선생님이 미국에서 체류하실 때, 1962년 11월 추수감사절에 쓰신 시로,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김용준 박사에게 그해 11월30일에 보낸 편지에 함께 보내셨다.(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