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ᄋᆞᆯ의 소리

우리 자신을 모든 역사적 죄악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격을 스스로 닦아내기 위해 일부러 만든 말, 씨ᄋᆞᆯ

씨ᄋᆞᆯ의 소리 보기

(296호 돋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 남기업

씨ᄋᆞᆯ
2025-07-21
조회수 1053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29135accea5c1.png



  주권자가 세운 정부, 이재명 정부

  제목을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이어야 하는가?”, 즉 당위로 표현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남북관계 등 국가의 많은 부문에서 어느 정도 개혁을 성취했더라도 부동산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즉 집값 폭등을 막고 주거 안정을 이루지 못하면 민심은 극도로 나빠지고 다시 자유 우파를 참칭하는 친일매국부패 세력이 집권하는 참사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 땅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선거에서 50% 지지를 넘지 못했다. 내란이 일어나는 걸 온 국민이 영상으로 봤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부동산 개혁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라고 명명했다. 국민주권정부, 무슨 뜻인가? 나는 이것을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주권자는 누구인가? 국민이면 주권자인가? 물론 법적・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질적・이면적으론 그렇지 않다고 나는 주장한다. 주권자는 반드시 국민이어야 하지만, 주권자가 되려면 정치 ‘참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에 참여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그건 자신의 사적 이익이 아니라 일반 이익, 즉 모두의 이익을 위한 참여를 말한다. 사적 이익을 넘어서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참여하는 자가 바로 주권자다. 

  그러면 이런 주권자 의식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이것은 불의에 대한 저항 과정에서 형성된다. 가끔 피해 당사자가 주권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개 주권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을 통해서 형성된다. 주권자 의식은 양심의 정치적 발로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촛불 시민들과 응원봉 청년들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주권자라고 할 수 있다. 3년 가까이 주말마다 광장에서 윤석열 규탄·퇴진·탄핵·파면을 외친 촛불 시민들은 자신이 입은 직접적 피해 때문에 광장으로 나온 게 아니다. 그들을 광장으로 이끈 동력은 윤석열을 그대로 뒀다간 사회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염려였다. 추위와 더위,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기는커녕 자기 돈을 써야 하는데도 참여한 까닭은 나라 전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내란 이후 등장한 응원봉을 든 청년들도 개인 문제를 해결하러 나온 게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민주주의 위기와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주권자는 사적 이익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는 존재들이다. 

  한편 이런 주권자 등장의 역사적 기원이 있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지금의 주권자들은 1894년 동학혁명부터 시작해서 1919년 3·1혁명, 1960년 4·19혁명,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민주화운동, 2016년 촛불혁명의 역사를 이은 존재들이다. 그렇다. 전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빛나는 항쟁의 역사를 이은 존재가 바로 지금의 주권자들이고, 이 주권자들이 세운 정부가 바로 이재명 정부다. 

  

  주권자가 마주한 대한민국 부동산 현실과 원인 탐색

  앞서 말했듯이 국민주권정부의 가장 큰 민생 과제는 부동산이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하고 부당한 격차를 확대하는 영역의 대표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집과 건물과 땅으로 구성된 부동산은 거주의 대상이자 경제 활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부를 추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이 땅에서 부동산은 욕망의 대상이 되어왔고, 온갖 사회 갈등과 불평등의 뿌리로 작용해왔다. 부동산 투기는 본질상 사회를 파괴하면서 자신의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경제 행위인 까닭에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주권자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부동산 문제가 더 크고 복잡하게 전개되었는데, 그것은 부동산 투기가 노동시장 양극화와 금융 제도의 변화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는 더 기승을 부렸고 불평등은 더 심해졌으며, 그런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심성도 더 나빠졌다. 아래에서는 국민주권정부가 마주한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과 부동산 투기와의 관련성을 살펴보자. 뼈아프게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폭증했고 중소기업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경향은 굳어졌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약간 상회(53.9%)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1.7%(923만 명)나 되고,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2022년 현재 48.4%)을 받는 중소기업 노동자가 전체 고용 인구의 80%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문제는 고소득층 노동자들은 안정된 소득을 기반으로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시장에 왕성하게 진출하여 다주택자가 되어 엄청난 시세차익을 누리는 반면, 대다수 중소득층과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임금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금융 접근이 어렵고 집값이 비싸 자신의 소득으론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면 고소득층이 누리는 부동산 투기 이익의 상당 부분은 중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노동 소득이 이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금융 제도의 변화가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악화시켰는지 살펴보자.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기능은 180도 바뀌었는데, 핵심을 요약하면 금융 공급의 중심축을 생산적 투자에 도움이 되는 대출에서, 생산활동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동산담보대출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금융의 모든 제도가 안정성과 수익성 위주의 영업으로 바뀐 것인데, 이것 역시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데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것이 한국 사회를 부동산 질곡에 빠뜨린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것은 통계로도 명확히 확인된다. 1996년 36.4조 원에 불과하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2025년 1분기 현재 무려 1,133.5조 원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GDP 규모는 3.2배 증가했는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무려 31.1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1996년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였던 데 반해 2025년 1분기에는 62.6%나 된다.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것이다. 특기할 대목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전세자금대출도 중요한 측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0.3조 원으로 시작한 전세대출잔액은 현재 200조 원에 이르고 있는데, 전세금은 다주택자들의 투기 자금으로 쓰인다는 걸 염두에 두면 전세대출은 다주택자들에게 무이자 대출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노동시장 양극화와 금융시장 변화와 맞물려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과 초저출산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국민주권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이유

  그런데 국민주권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크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와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공약집의 내용을 보면 방향은 짐작할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이 대통령은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앞으로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주거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바꿨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나 투기용이 아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념적으로 맞지만, 불가능하더라”라는 발언에 그 방향이 드러난다. 내놓은 공약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 공공임대비율 단계적 확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내놓았지 집값 상승의 원인인 투기에 대한 대책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런 발언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시장 참가자들은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왜냐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것이 금리와 대출과 세제인데, 세제는 그대로 두고 금리와 대출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현재 집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43%인데, 이것은 문재인 정부 때 가장 많이 오른 2018년 9월 첫 주 상승률 0.47% 이후 최대치다.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전체의 소득 수준이 향상된 것도 아닌데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무주택자들과 청년들의 한숨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공급을 통해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2022년에 집값이 하락한 까닭은 무엇인가? 공급이 증가해서인가? 아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2022년 1월부터 소득을 기초로 해서, 즉 상환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대출을 해주는 DSR(총부채상환비율)이 도입되면서 하락한 것이다. 집값 하락은 공급 변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리고 가격이 오른다고 공급을 바로 늘릴 수도 없다. 아파트 공급은 최소한 3~4년이 걸리는데, 그때가 되면 공급이 과잉되어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정책 기조, 이렇게 바꿔야 한다!

  우선 당장의 집값 급등세를 막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주권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추구할 정책 기조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의 발언을 정책 기조로 삼아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한국 사회에서 만악(萬惡)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다른 부문의 개혁 동력도 상실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주권자는 국민 전체가 주거권을 누리고 부동산 불로소득의 규모를 줄여 투기가 차단되기를 바란다. 왜냐면 그것이 나라 전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적 이익을 넘어서 일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여기서 나는 이재명 정부가 지향해야 할 부동산 정책 원칙 여섯 가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원칙은 정책 신뢰도 제고의 원칙이고, 여기에 해당하는 정책이 고위공직자부동산백지신탁제다. 새 정부가 임명하는 고위직 인사 중엔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번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현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80억 부동산 부자에 매월 임대료만 1,400만 원이 생기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30년 동안 꾸준히 부동산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 부동산으로 돈 벌었으니 사퇴하거나 아예 맡지 못하게 해야 할까? 과유불급이다. 인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부동산백지신탁제가 필요하다.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부동산 중에 실거주 혹은 실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은 정부에 백지로 신탁하게 하고, 공직자는 퇴임 시 신탁한 부동산의 감정가와 공직 기간 동안의 이자만 돌려받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 투기를 했냐 안 했냐로 논쟁할 필요가 없다. 청렴한 고위공직자들이 공정한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전통도 확립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제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 분위기도 가라앉을 것이다. 고위공직자 후보 인재풀이 넓어져서 국정 운영이 원활해질 것이다. 물론 공직은 잠깐이지만 재산은 영원할 것이라고 여기는 자, 공심(公心)보다 사심(私心)이 앞서는 자는 공직을 맡지 않으면 되는데, 그것은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다. 고위공직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호응도는 상당할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토지공개념의 원칙이다. 주거 및 부동산을 논하는 데 있어서 토지공개념을 중요한 두 번째 원칙으로 제시한 이유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있기 때문이다. 건물은 만들어졌고 시간이 지나가면 가치가 떨어지지만, 토지는 가치가 올라가고 위치가 좋아지거나 경제에 다른 변수가 생기면 더 높이 올라간다. 요컨대 주택가격의 투기적 상승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지공개념의 정신은 소유권적 접근과 조세적 접근으로 구현될 수 있는데, 이 접근들은 다음 원칙으로 이어진다. 

  셋째, 불로소득 과세 및 차단의 원칙이다. 어찌 보면 주거 및 부동산 문제의 알파와 오메가는 불로소득―여기서 불로소득은 매매차익과 매입가의 이자를 초과하는 임대소득의 합이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로소득이 없다면 집을 여러 채 보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불로소득이 없다면 사용할 의사가 없는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불로소득이란 말은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의 언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집과 건물을 알아보러 다니는 행위는 개인적 관점에선 ‘노력’이지만, 사회적 관점에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위가 아니다. 집과 건물을 알아보기 위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GDP는 1도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행위를 사회과학에서는 비생산적 경제 활동, 좀더 학문적인 말로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 여부는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봤을 때 파악이 가능하다. 강남이 비싼 이유는 강남의 땅 소유주가 노력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정부가 강남 중심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만약 정부가 경상북도 ‘봉하’ 중심 정책을 추진했으면 봉하의 땅값이 지금보다 수백 배 비쌌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이 불로소득은 조세로 환수해야 한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수입–지출〉로 결정되고, 여기서 수입은 보유 기간 동에 누리는 임대 가치와 매각했을 때 매각가이다. 그리고 지출은 매입가와 매입가에 대한 이자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은 ① 〈임대 가치–매입가의 이자〉와 ② 〈매각가–매입가〉로 분해할 수 있다. 그리고 ①에 부과하는 것이 보유세이고 ②에 부과하는 것이 바로 양도소득세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기의 원인인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노력 소득인 근로소득과 법인소득에 대한 실효세율보다 높아야 한다. 그래야 불로소득 추구에 대한 마음이 줄어들고 생산적 노력에 몰두하게 된다.

  넷째, 저렴한 주택공급의 원칙이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신규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급한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는 것이다. 너무 비싸면 가계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가계부채 문제를 낳고 내수 부족의 원인이 된다. 이런 현실을 보고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강하게 눌러 싸게 분양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부채를 크게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를 강하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3년에서 5년 정도의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주변 시세와 비슷해져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공급한 저렴한 주택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규 분양주택 정책이 추구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렴한 주택, 부담 가능한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급한 주택의 ‘부담 가능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새로 공급하는 주택은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중소득층이면 분양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면, 그리고 그런 주택이 시장에 계속 남아있도록 한다면 자가보유율이 높아지고 국민 주거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임차인 주거 안정과 주거복지 강화의 원칙이다. 주거권 실현이 모든 가구를 자가보유 가구로 만들려는 기획, 즉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를 지향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주거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자가든 민간임대든 공공임대든 어디에 거주해도 자기 소득으로 부담이 적정하고 주거 안정을 누리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가구는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주택에 거주해야 하고,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든 주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원칙이다. 주거 불안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금융의 과다한 공급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매매와 임대차 양방향에서 교란시키는 전세대출을 축소하고 상환능력 중심의, 즉 DSR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체계를 구축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주택 금융화 현상 완화를 도모하는 방향에서 다음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어떻게 세운 정부인가.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 동안 더위와 추위, 비와 바람을 무릅쓰고 광장으로 나온 위대한 주권자 시민들의 항쟁으로 만든 정부다. 인류 역사상 이런 항쟁은 없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놀라워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다. 당장 나아지진 않지만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주거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전망을 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개혁 동력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부동산 개혁에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다고.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