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ᄋᆞᆯ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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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호 알리는 글) ‘씨ᄋᆞᆯ 비폭력 평화운동’이 세상을 살린다 ―‘함석헌 씨ᄋᆞᆯ평화위원회’ 구성을 앞에 놓고 - 박선균

씨ᄋᆞᆯ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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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글

 

‘씨ᄋᆞᆯ 비폭력 평화운동’이 세상을 살린다

―‘함석헌 씨ᄋᆞᆯ평화위원회’ 구성을 앞에 놓고



박선균

전 《씨ᄋᆞᆯ의소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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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은 평화 문제

올해로 함석헌 선생님이 서거하신 지 36년이 지났다. 누가 묻기를 “36년 동안 선생님의 후배들은 무엇을 했는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씨ᄋᆞᆯ의소리》는 무엇을 했으며, ‘함석헌기념사업회’는 무엇을 했는가? 

물론 《씨ᄋᆞᆯ의소리》는 함 선생님이 창간하신 이후 갖은 탄압의 역사를 안고 오늘까지 통권 298호에 이르렀고, 기념사업회도 함 선생님 서거 이후 오늘까지 36년간 장기려, 안병무, 김동길, 김용준, 이문영 박사 이후 크게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함석헌의 비폭력 평화 실현”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모두가 다 입으로는 평화를 말하고 전쟁은 싫어한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말과는 딴판이다. 함 선생님만큼 평화를 강조할 뿐 아니라 비폭력적 삶을 실천에 옮긴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선생님만큼 말과 글과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누군가?

씨ᄋᆞᆯ의소리사가 용산구 원효로4가 70번지 함 선생님 댁에 있을 때 일이다. 그때는 매주 목요일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기도회가 있는 날이었다. 함 선생님은 그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한 시간 전에 정장을 하시고 문밖을 나가셨다. 사복형사 20여 명이 선생님의 기도회 참석을 막기 위해 골목 전체를 지키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문을 밀치고 나가셨다. 필자도 선생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때 선생님의 모습을 유심히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형사들을 향해 ‘이놈들, 길을 비켜라!’ 한다든지 어떤 호령하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물론 분노하는 얼굴과 손으로 형사들을 과감하게 밀치면서 앞으로 나가셨다. 골목길 50여 미터를 약 한 시간여 형사들을 밀기만 하시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선생님은 댁으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어떤 차별을 하시는 일이 없었다. 선생님의 손님은 거의 절반이 정보원과 형사들이었다. 선생님은 그들도 다른 손님과 차별 없이 똑같이 만나주시는 것을 필자는 봤다. 

그때 필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보를 캐고 선생님에게 무엇을 빼내기 위해 오는 형사들도 똑같이 대우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민중들의 존경과 흠모는 대단했다. 《사상계》에 이어 《씨ᄋᆞᆯ의소리》에 실렸던 글 때문만은 아니었다. 모든 집회, 모든 성명서에는 함석헌의 이름이 일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모든 집회·시위에 늘 앞장을 섰지만, 이를 막는 경찰들에게 소리를 친다든지, 주먹이나 발로 차는 어떤 모습도 본 일이 없다. 선생님의 삶에서 불의와 싸운 근본 목적은 참과 평화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함 선생님 삶의 목적은 참과 평화의 실현이었다

‘평화운동이 얼마나 다급한가?’ 한다면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지금은 옛날에 비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 돈만 좀 있으면 버스나 지하철이나 자가용으로 국내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비행기를 타면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시대 아닌가? 이런 자유스러운 세상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차·자동차가 땅을 덮고, 배와 비행기가 바다와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이 인간을 위해 편리는 하지만, 과연 좋게만 볼 것인가? 결코, 좋은 현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어릴 때 강원도 산골 초가집에 살면서 제비와 참새가 지붕에 집을 짓고 살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는 언제 기와집이나 2층, 3층 집에서 살 수 있는가를 꿈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를 오늘에 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초가집이 없어지고 기와집도 없어지고 있고, 곳곳마다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옛날 같으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 서로 잘 알아서 이웃사촌이라 하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문만 열면 자연적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글자 그대로 평화적 삶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웃이 어디 있으며 사촌이 어디 있는가? 빌딩 20층 30·40층이나 50층에 누가 사는지? 식구가 몇인지?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소통이 없으니 가까이 살지만 먼 나라에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함 선생님이 용산구 원효로에 사실 때를 기억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11평짜리 단층집이었다. 작은 방 세 개로, 선생님이 하나, 사모님이 하나, 일하는 아줌마가 쓰는 방이 있었다. 마당은 좁지만, 옆에는 온실이 있고, 온실 안에는 선생님만 아는 각종 꽃들을 기르시고 있었다. 앞마당을 지나 조그만 씨ᄋᆞᆯ의소리사 사무실이 있었고, 남은 공간에는 각종 나무도 있었다.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은 거기서 《사상계》와 《씨ᄋᆞᆯ의소리》에 글을 발표해 잠자던 씨ᄋᆞᆯ을 깨우치시면서 오직 참과 비폭력 평화의 삶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할 수 있다.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인간 살상의 참혹성

1914년 6월 28일, 육군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발칸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세르비아 러시아계 청년이 쏜 총에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1차 대전은 이 사건 이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무려 4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된 대규모 전쟁으로, 약 1천만 명의 군인이 사망한 인류 최대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서부전선의 참호전, 동부전선의 대규모 전투, 해전, 발칸·중동·아프리카 등지로 확산, 장기화되었다.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탈하고 1918년 독일과 헝가리가 항복하면서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피해 상황으로 볼 때, 과연 연합군이 승리했다 할 수 있을까? 아까운 젊은 청년만 희생된 것이 아닌가?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1차 대전이 끝난 지 20년이 지나서였다.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을 기점으로 시작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6년 전쟁으로 1차 대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약 5천만~8천만 명의 사망이라는 세계 역사에 없는 참혹 그 자체였다.

그 배경의 원인을 보면, 1차 대전 이후 독일은 막대한 배상금과 영토 상실 등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고, 나치즘과 제국주의가 결합하여 재무장과 팽창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일본은 만주사변(1931) 등 아시아에서 제국주의 야욕을 드러냈고, 이탈리아도 에티오피아 침공(1935) 등으로 세력 확장을 기도했다.

이러한 신생국들의 욕심과 기존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이 충돌하여 전쟁이 발발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주축국을 형성해 유럽, 아시아, 태평양 등에서 전쟁이 확대되었다.

연합국(미국·영국·소련·중국 등)과 주축국 간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고,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대규모 전투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마침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됨으로 일본은 항복했다. 유럽에서는 1945년 5월 8일 독일이 항복함으로 전쟁이 종결되었다.

위와 같은 세계대전을 겪고도 반성은커녕 또다시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기습으로 남침을 강행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되기까지 3년 2개월간 계속된 전쟁의 결과, 인명 피해는 한국군(경찰 포함) 63만 명, 유엔군 15만 명을 포함한 78만 명이 전사·전상·실종되었고, 북한군 80만 명, 중공군 123만 명 등 약 203만 명이 희생이 되었으며, 주로 젊은 군인의 피해만도 총 281만 명에 달하였다.

이러한 전쟁을 겪고도 모든 나라에서 또다시 군비증강과 핵무기까지 만들어 배치하고 있다. 이제 다시 전생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인류 종말이 될 것이다.


핵무기로 세계 종말인가? 아니면 평화 실현으로 살 것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핵무기 경쟁으로 봐서는 인류가 평화롭게 살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공식 핵보유국은 5개 국이다. 그 상황을 보면 아래와 같다.


미국이 약 5,244~5,889기(실전 배치는 3,700~4,399기)

러시아가 약 5,889기(실전 배치는 4,299기)

중국은 약 410~500기 

프랑스는 약 290기 

영국이 약 225기


비공식 핵보유국도 4개 국이다.


인도가 약 154기

파키스탄이 약 170기

이스라엘이 약 90기

북한이 약 30~50기


위와 같은 핵무기만을 놓고 보면 미국과 러시아의 실전 배치가 4천 기가 넘고, 그 외 중국·프랑스·영국·북한까지 핵 보유를 자랑하고 있다. 또 다른 전쟁이 눈앞에 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이고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길은 하나밖에 없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님이 주창한 평화 실현 외에는 다른 길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모르고 그저 잘 되겠지 하다가는 언제 핵전쟁이 일어날지? 그것으로 세계가 멸망하고 말지? 아무도 모른다.


함석헌 선생님은 ‘평화 실현’을 위해 ‘정부지상주의’와 싸웠다

함 선생님은 〈세계평화의 길〉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큰 나라들은 자기네끼리 붙으면 또 세계적인 전쟁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너도 나도 다 망해 전쟁한 의미가 없어지는 줄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멸망의 전면 전쟁을 아니 하는 대신 조그만 나라에 무기와 돈을 빌려주어 돈을 버는 한편 그 세력권을 지켜가려는 방법을 취해 이것을 지역전쟁이라 부르면서 계속 시키고 있다. 전보다 아주 더 악질적인 제국주의다.

그러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해서 ‘국가주의’에 있다. 좀더 분명히 말해서 국가지상주의, 그보다도 차라리 ‘정부지상주의’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란 말이 있지만 그때에 정치에 죄될 것 없다. 사람은 질서를 원한단 말이다. 그것은 씨ᄋᆞᆯ들의 가지는 전체의식에서 자연적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이 나라다. 그 나라는 망할 리도 없고 누가 싫어할 리도 없다, 그러나 국가니 국민이니 정치적이니 할 때는 거기 벌써 강제하는, 인위적으로, 계획적으로 하는 어떤 ‘죄악의 씨’가 들어 있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세계 평화의 길〉, 《씨ᄋᆞᆯ의소리》 1972년 2·3월호(통권 제9호), 35쪽, 《함석헌전집》 12권 《6천만 민족 앞에 부르짖는 말씀》 284~285쪽.

 함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세밀한 것까지 뚫어보시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의 분석에 의하면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일어난다면 자기들이 먼저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조그만 나라에 무기와 돈을 빌려주어 돈을 버는 한편 [……] 지역전쟁이라 부르면서 계속 시키고 있다”, 아주 “악질적인 제국주의”라 하셨다. 

“그러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해서 국가주의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셨다. 그리고 그것을 더 분명히 말하면 국가지상주의, 그보다도 차라리 “정부지상주의”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하셨다. 

“정부지상주의”란 어떤 것인가? 솔직하게 깨놓고 말한다면 ‘독재주의’, ‘독재정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예로 본다면 박정희 18년 독재, 전두환 7년 독재가 가장 큰 독재정치라 할 수 있다. 《씨ᄋᆞᆯ의소리》 입장에서 본다면 박정희 시대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전두환 시대라 할 수 있다. 박정희 시대는 독재로 탄압은 있었지만 《씨ᄋᆞᆯ의소리》를 없애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두환 시대는 《씨ᄋᆞᆯ의소리》와 함께 170여 개의 잡지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암흑시대를 만든 것이다. 필자는 그 시대를 겪었지만, 함 선생님 생의 마지막 시간 7년, 선생님의 손발을 잘라 글을 못 쓰게 하고 집회를 못 하게 할 뿐 아니라, 《씨ᄋᆞᆯ의소리》 자체를 없앤 점은 너무나 안타깝고 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독재정치와 정부지상주의의 칼날이 모든 싹을 잘라버리고 세상을 병들게 한 것이다. 

이러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옳은 나라가 서고 독재와도 싸워야 하지만, 함 선생님이 말씀하는 국가주의, 정부지상주의와 싸워야 한다. 그래서 씨ᄋᆞᆯ을 기르고 씨ᄋᆞᆯ을 살려내어 참과 평화 실현이 주가 되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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